드라마 영화 리뷰

[미씽2] 죽은 자들의 두온 마을과 3공단

호랑이부자 2022. 12. 28. 18:59

이전보다 성숙해진 배우들

많은 시청자들을 마니아로 만들며 성황리에 마쳤던 tVN 드라마 '미씽'이 시즌2로 찾아왔습니다. 고수는 얼마 전 결혼한 새신랑이지만 드라마에서는 총각으로 등장합니다. 여전히 잘 생기고 조각 같은 외모를 자랑합니다. 그리고 원더걸스의 소희가 고수가 연기하는 김욱을 사랑하는 이종아로 등장합니다. 소희를 볼 때마다 적응이 잘 안 됩니다. 원더걸스에서 '만두 소희'라는 별명으로 새침하고 무뚝뚝한 이미지였던 그 소희가 같은 사람이 맞는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그리고 장판석역을 맡은 허준호가 명실상부 연기 장인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2022년 12월 19일을 첫 방영으로  월요일과 화요일 저녁 8시 50분에 시청자들을 찾아옵니다. '시즌1'은 총 12부작이었는데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서 14부작으로 '시즌2'를 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OTT채널은 시즌과 티빙에서 제공합니다.

 

죽은 자와 살아 있는 자의 동행

살해를 당하고 시신을 유기해 가족들이 찾지 못하면 그런 영혼들끼리 한 마을을 형성해 살아갑니다. 일종의 도피처 같은 곳입니다. 시즌1에서는 '두온마을'이 그런 곳이었고 시즌2에서는' 3 공단'이란 마을이 그렇습니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실종사건의 주인공인 이영림, 장판석의 딸이었던 현지 그리고 현지와 가장 친한 단짝이었던 최하윤, 의대에 재학 중이다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한 양은희, 죽은 아이들 때문에 마음이 아파 3 공단에 학교를 만든 전직 국문과 교수였던 정영진, 생전에 미술심리치료 센터를 운영하고 3 공단에 와서 찻집을 운영하는 안혜주,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 사망한 앨리스까지 이 모두가 억울하게 죽음을 당하고 하늘로 가지 못해 인간과 격리되어 한 지역에 갇힌 채 땅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수많은 이름을 나열했지만 결국 누구도 그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온전히 이해할 수 없고, 오랜 시간 그들 곁에 머물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뼈와 살을 가지고 구분된 하나의 존재들이기에 피부의 막을 뚫고 하나가 되는 게 불가능한 이상 존재하기 때문에 구분이 되고, 그 경계로 인해 홀로 남겨지게 되니 외로울 수밖에 없는 숙명의 존재들입니다.  그것이 숨을 쉬고 살아있는 자든, 미씽에 등장하는 두온마을과 3 공단에 있는 억울한 이들이든 똑같습니다. 

 

작년 아카데미상을 받은 봉준호감독의 '기생충'에 출연한 이정은이 30년을 3 공단에서 거주한 식당 주인 강은실로 나옵니다.  과거에 선원이었던 남편을 바다에서 잃고 아들도 잃고 현생도 힘겨웠던 인생이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3 공단에 머무는 이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우연히 마을로 들어오게 된 김욱과 장판석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며 간절히 매달립니다. 그냥 무심히 지나칠 수 있지만 현실과 마을을 오가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두 사람에게 본인이 아닌 타인들을 도와달라는 것입니다. 본인이 먼저 부탁할 수도 있는데 그리고 오래 있던 사람들부터 도와달라고 할 수도 있지만 눈앞에 보이면 보이는 대로 이야기를 합니다. 머리가 아니라 마음이 앞서갑니다. 그 간절함이 장판석을 움직이고 김욱도 현실 세계로 돌아와 개인적으로 친한 실종전담반 형사 신준호와 함께 사건을 들여다보기 시작합니다. 

 

누구나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 '인간극장'같은 감동적인 프로그램을 보면서 눈물짓곤 합니다. 그러나 막상 그들에게 필요한 물질적 도움을 주기까지는 나서지 못합니다. 헌혈에 참여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도 많고 사실 내 거주하는 곳에 이웃이 누군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 코로나로 인해 직장도 원격 근무를 하고 학교도 영상수업으로 대체를 많이 합니다.

 

두온 마을과 3 공단

날이 갈수록 스스로 잘 인지하지는 못해도 우리는 두온 마을과 3 공단의 다른 이름을 가진 마을에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를 다른 세계와 연결해 줄 김욱과 장판석 같은 영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것이 결혼이 될 수도 있고 취업이 될 수도 있고 원하는 가방이나 자동차 같은 물건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앞으로의 미래가 두려워 스스로  유학이나 대학원이라는 두온 마을과 3 공단을 만들어 숨어 들어가는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도피처와 피난처가 자의가 되었든 타의가 되었든 인생을 살면서 여러 번 들어가게 되고 그 안에서 몸소 외로움과 고난의 상처를 보듬어갑니다. 그리고 다시 그 동굴을 나와 우리는 현실을 마주하고 살아갑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누구나 김욱인 동시에 강은실이고, 장판석인 동시에 양은희입니다. 역할이란 것은 각자의 시간 속에 변화무쌍하게 바뀌기 때문입니다. 오늘 당신은 바쁜 현실에 매몰되어 주변을 살피지 못하고 살아가나요? 아니면 김욱과 장판석처럼 두온마을을 경험하고 현실을 정말 내가 내 관점과 철학을 가지고 새롭게 바라보며 살아내나요?  어느 쪽이 되었든 당신의 삶은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이 가치 있고 아름답습니다. 결국 우리가 경험하는 좋고 싫은 일 모두 지나가기 마련입니다. 늘 감사와 겸손으로 내면을 채우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