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영화 리뷰

[길버트그레이프] 가난한 가족의 인생 이야기

호랑이부자 2023. 1. 5. 16:28

명배우들이 펼치는 가난한 가족 이야기

할리우드 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지적장애 연기를 멋지게 소화한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는 1993년 한국에서 첫 개봉했습니다. 조니 뎁, 줄리엣 루이스 등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줄거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인구 1,091명의 아이오아주의 작은 마을 엔도라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하루 종일 식료품 가게 직원으로 일하는 길버트 그레이프는 가족 부양 책임자인 아버지로서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지적장애 동생 어니에게는 보호자로서의 무거운 짐까지 짊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어머니 엘렌은 남편의 무능력함과 가정폭력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합니다. 이렇게 각자 나름대로의 고민을 떠안고 살아가는 세 식구는 서로 부딪히며 갈등을 빚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캠핑카를 타고 여행을 떠나게 되고 그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참 감명 깊게 본 작품인데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마지막 장면입니다. 집 나간 엄마를 대신해 집안일을 도맡아 하던 누나 에이미가 마침내 폭발하여 가출을 감행하는데 이때 남동생 어니가 그녀를 붙잡으며 누나는 자신한테 전부라며 누나 없이 아무 데도 달 수가 없다며 진심을 전합니다.

 

그러자 잠시 망설이던 에이미가 눈물을 흘리며 돌아서며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며 동생을 꽉 안아줍니다.  남매간의 끈끈한 정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기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던 것 같습니다. 약간 뜬금없고 생뚱맞은 장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상하게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아무래도 감정 이입이 된 상태에서 내용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결말이라 그랬던 것 같습니다.

오스카상을 거머쥔 디카프리오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이자 살아있는 전설 하면 단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꼽을 수 있습니다. 오죽하면 별명이 '연기 기계'였을까요. 잘생긴 외모 덕분에 데뷔 초부터 주목받은 그는 지금까지 무려  60여 편에 달합니다. 물론 모든 작품이 흥행에 성공한 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모그래피만큼은 화려합니다. 데뷔작 <크리터스 3>를 시작으로 <길버트 그레이프>, <타이타닉>, <셔터 아일랜드>, <캐치 미 이프 유 캔>, <블러드 다이아몬드>,  <인셉션>, <위대한 개츠비>,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심지어 주연급 조연으로 등장한 적도 있는데 <갱스 오브 뉴욕>, <디파티드>,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장고 : 분노의 추적자>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쯤 되면 가히 할리우드판 '믿고 보는 배우'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음에도 오스카 트로피와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물론 상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그의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유독 아카데미상의 벽을 넘지 못했을 뿐입니다. 어쩌면 그것은 시대를 앞서간 탓인지도 모릅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꽃미남 이미지가 강했던 그는 2000년대 들어서야 비로소 전성기를 맞이합니다. 이때부터 다양한 캐릭터를 맡으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16년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드디어 첫 번째 영광을 안았습니다. 이날 그가 주연으로 출연한 '레버넌트'로 남우조연상을 받은 그는 감격스러운 나머지 눈물을 펑펑 쏟아냈습니다. 그간의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짐작케 해주는 대목이었습니다.

 

풍경과 감정묘사가 뛰어난 작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어린 시절에 명연기를 보여준  <길버트 그레이프>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지적장애아 동생 어니와 함께 살아가는 청년 길버트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그린 성장영화인데 가족애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일단 영상미가 무척 뛰어납니다. 푸른 초원 위에 펼쳐진 아름다운 집과 마을 풍경 그리고 눈부신 햇살 아래 자유롭게 뛰노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을 안정감있고 편안하게 해 줍니다.

또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감정 묘사 덕분에 여운이 오래도록 남습니다. 물론 모든 장면이 좋았던 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좋으면서도 아쉬웠던 대목은 후반부였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확 바뀌면서 신파극으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천천히 변화되었다면 좋았을 텐데 2시간 안에 모든 것을 표현하기엔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만약 원작 소설에서처럼 담담하게 마무리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어쨌든 전체적으로 봤을 때 명작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구독자분들도 꼭 한 번 가족들과 함께 시청해 보시길 바랍니다.